작은 세상
Paradise is where I am
title: 엘제이, 한성야사

date: 2019. 6. 19. 04:05

한성야사 W.엘제이

읽기 전부터 느낌이 좋았는데 읽을수록 충족돼서 더 좋아졌다. 아껴 읽으려고 중간중간 딴짓하고,,,
억수 같은 비가 쏟아지는 날 영인이 15세기 조선 시대로 들어와 버렸다. 영인이는 조선에서도 고결한 선비같이 이질감 없이 잘 어울렸을 거 같다. 머리나 옷같이 외적인 모양새보다는 그냥 내적으로 풍기는 분위기가 그런 느낌이었다. 흔이랑 영인이 다 맑고 깨끗한 느낌이 나서 너무 잘 어울린다. 진짜 매화 같은 둘이다.

처음에 흔이 어머니랑 대화할 때 되게 조신한 느낌이었는데ㅋㅋㅋ 무인인거 알고 놀랐다. 문과 홍패까지 다 받고 본인의지로 다시 무과 치른거니 와... 동생인 위랑 되게 다른 느낌인데 왜 위는 수염덥수룩에 머리도 덥수룩 이런 느낌만 떠오르는지ㅋㅋㅋ첫등장이 강렬했나보다. 뭐...위도 순수하니 귀여웠다. 

흔과 영인 둘은 벗으로 지낼 때도 달달하고 긴장감 느껴져서 좋았다. 다른 사람들은 자로 부르는 걸 편하게 생각하는데 이 둘은 처음부터 이름으로 부른다. 영인이야 몰랐다지만 흔은 알텐데 왜 타인한테 큰 관심 없는 흔이 영인이한테는 초반부터 무장해제였는지ㅋㅋㅋ 흔이야 영인이 좋아하는걸 나중에 깨닫게 되지만 아마 첫만남에서부터 영인이는 아예 여태까지와 다른 범주 안에 들어갔을 거 같다. 영인이에게 처음부터 끝까지 다정한 모습인데 흔이 본투비다정이 아닌 것도 그렇고. 근데 흔이 영인이한테 화내는 모습도 궁금... 그럴 일이 있을까? 영인이도 흔이 마음 다 알아줘서 둘이 싸울 일이 없겠다.
게다가 서로 존댓말하는거 초ㅣ고... 

영인이 그 그림 그리려고 할 때에 서막에 형이 소중하게 여겼다는 그림이 갑자기 떠오르면서 이게 그건가 불안해지기 시작했다. 그럼 새드인가 싶어서ㅠㅠ
흔이 유일하게 남겨진 그림으로 서로 마음을 깨닫는게 너무 애틋했다. 흔이 입장에서는 영인이 완전하게 떠나버렸고 영인이에게는 이 일이 꿈인지 실재였는지 확인해줄 어떤 것도 없으니 말이다. 
비가 이별의 날로 쓰이는거 왜이렇게 좋은지 모르겠다. 영인이 돌아가게 된다면 처음 이곳으로 왔을 때처럼 비가 올거라고 생각하긴 했는데... 올 때도 갈 때도 의지와 상관없이 그렇게 되는게 슬플 뿐이었다.  둘다 그렇게 힘들어하는데 왜 다시 원래 세계로 돌아오게 됐는지...
영인이는 왜 조선으로 가게 됐을까. 아무래도 인연인 두 사람이 시대를 잘못 타고나 떨어져 있으니 다시 만나게 된게 아니려나.ㅎㅎㅎ 뭐 이런 야사 같은 소설은 읽는 사람이 낭만필터 끼고 보면 더 좋으니//
둘이 마음이 일치하는데도 영인이 사라질까봐 날씨가 흐려지면 계속 불안해하는 흔의 모습이 계속 생각난다. 영인이가 처음 조선에 가있을 때는 현대에 시간이 흐르지 않았었는데, 다시 조선으로 돌아가게 됐을 때는 두 시대의 시간이 같이 흐른다. 완전히 영인이가 조선으로 넘어왔나보다. 영인이도 자신이 조선의 한 사람이 됐다고 생각하기도 했고.
그럼 이제 흔과 영인이가 불안할 일도 없으려나. 외전을 읽는데도 그것 때문인지 알게 모르게 불안한 게 있었는데 괜찮을 거 같다. 

 

동양물은 끝날 때 여운이 강한 것 같다. 먹이 주변으로도 번지는 것처럼 은은하게 끝나니 책 덮을 때 미소 지어지게 된다. 규식이는 모르겠지만 규식이가 현대에서 조선의 영인과 접하게 되는? 매개체가 있는데 나도 그런 느낌이 들었다. 책 하나 보면서 그 후로도 이들은 예쁘게 행복하게 살았겠구나 하게 된다. 아쉬워서 한두번 다시 앞으로 돌아갔다가 책장에 꽂아뒀다.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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